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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관점, 무신론자와 유신론자의 해석 차이에 대한 아름다운 입장 정리

하늘소풍길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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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형
기사입력 2024-03-24

 

  © CRS NEWS

 

두 친구와 술자리를 했다. 건강문제를 화제로 이어가다가 몇잔 들이키자 두 친구는 의기투합해 조국개혁당비판에 열을 올렸다. “어떻게 그런 정당에 30%가 넘는 지지율이 나올 수 있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등 분통을 터뜨렸고 이렇게 된 세상에 개탄까지 했다. “그들 30%의 지지자들은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는 우리같은 30%의 우파들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자 맥이 빠졌는지 화제를 옮겼다.

 

요리를 앞 접시에 덜어먹는 친구와 요리 접시의 것을 그냥 젓가락으로 집어먹는 친구의 이견으로 다툼이 벌어졌다. 유럽에서 오랜 생활을 한 친구는 자기 그릇에 옮겨다 먹는 것이 기본적 예의라고 주장했고, 또 다른 친구는 찌개 등 반찬을 한데 놓고 같이 퍼먹는 것이 우리의 정서라고 강변했다. 정답을 가릴 수 없는 논쟁이었다. 나로선 두 친구의 식사 예법을 번갈아 할 수 밖에 없었다. 유화적인 태도인지, 눈치보는 태도인지 생각않고 아무렴 어때라고 한 내 행동인데 은연중 자신들이 지켜온 예법에 대한 동조를 강요하는 듯했다. 습관과 사고의 차이가 극심했다.

 

술자리에서 헤어져 귀가하는데 지하철 출입문 앞의 시가 확 눈에 들어왔다.

 

하룻밤 묵어가려고

풀잎의 등을 꼭 붙잡고 있는

나비 한 마리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니다.

 

편히 쉬어 가게

나비를 꼬옥 보듬고 있는

풀잎

 

시인의 뛰어난 관점에 경탄했다. 나비와 풀잎의 입장과 생각을 어쩌면 이렇게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을까. 우리는 아주 사소한 것에 자신의 관점만을 강조하고 타인의 해석엔 막무가내 귀를 닫고 있지 않은가.

 

정치적 입장은 더욱 극에 달한 거 같다. 이해하고 포용하기는커녕 상대를 무시하고 비난과 폭언을 일삼는다. 정치와 마찬가지로 종교에 대한 입장도 그렇다. 그래서 정치적, 종교적 논쟁은 삼가하라고 하는 것 같다. 특히 근래 들어 무종교인이 많아지면서 드러나지 않게 유신론자와 무신론자의 종교적 논쟁도 무성해졌다.

 

무신론자들은 비합리적, 무조건적인 종교를 미망, 미신임을 강조한다. 심지어 미래에는 예수, 부처, 마호메트보다 다윈 마르크스 프로이드가 더 기억될 사람이라고 호언한다. 과학적, 합리적 시각으로 일리가 있는 말이다. 

 

▲ 무신론자의 대부가 된 진화생물학자 리차드 도킨스와 ‘무신론자을 위한 종교’를 강조한 소설가 알랭 드 보통

 

진화생물학자 리차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 ‘만들어진 신등을 통해 종교에 대한 맹신을 비판하며 무신론자들의 대부가 되었다. 과학자를 넘어선 철학자가 된 듯하다.

 

이에 대응하는 종교인들의 주장도 진화되고 있다. 과학으로는 풀 수 없는 삶의 의미, 가치의본질을 종교만이 해답을 준다는 것이다. 빅뱅, 양자 역학, 뇌구조 등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신비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초과학 세계는 종교의 신비로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분자생물학, 신학을 동시에 공부한 알리스터 맥그레스는 도킨스를 무신론자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폭력적, 반항적으로 종교를 이야기한다고 비난한다. 그가 추종하는 다윈이 무신론이 아닌 불가지론을 펴는데 반해 그는 비과학적, 감정적으로 종교를 조롱까지 한다는 것이다.

 

무신론자와 유신론자의 평행선 같은 극심한 대립이다.

 

이에 반해 철학, 역사학을 전공한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란 책을 통해 무신론자와 종교에 모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 무신론자이지만 종교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한다. 오랫동안 무신론이 죄악시 된 서구사회에서 유화적인 것이 비겁한 태도일 수도 있지만 이제 무종교인이 과반을 넘는 상황에서 그의 주장은 합리적, 대중적이다.

 

절대적 과학 진리, 절대적 종교적 진리는 없다. 과학은 확증과 논증된 것을 바탕으로 계속 발전한다. 최신의 과학논문이라도 조만간 폐기되고 새로운 개념이 생겨난다. 종교는 과학에 따른 오류수정이 받아들여졌고 교조주의,근본주의, 광신적 믿음 역시 변화하고 있다. 종교개념을 세상에 적용, 조화시키는 지혜가 생긴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사람 본성의 이기성, 폭력성 극복과 삶의 불기지성 불안 극복이 종교의 탄생 이유라며 그러한 역할의 존속을 강조한다.

 

현대인이 겪는 여러 가지 난제들은 기존 종교가 제시해온 해결책으로 성공적인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종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종교가 처음 고안됐을 때의 초자연적인 맥락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앙의 지혜는 온 인류의 것이며 초자연적인 것의 가장 큰 적들이라도 선별적으로 다시 흡수해야 한다종교는 매우 유용하고 효과적이고 지적이기 때문에 신앙인들의 전유물로 남겨두기엔 너무 귀중하다며 무신론자와 종교인들간의 입장 교환을 이야기 한다. 

 

지하철 시인이 아름답게 정리한 나비와 풀잎의 관계와 입장을 보는 듯해 마음이 푸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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